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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도 늦은게 아니다, 미도리 노트

도쿄에 살아도 대형문구점이라면 상시 내가 살 수 있는 다이어리가 있으리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다이어리는 여름 끝자락부터 만드는 걸 생각하면, 미리 준비했었어야 했다고 반성했다. 1월에 로프트(일본 대형문구 체인점)에 간 나는 모두 품절된 미도리 신서 다이어리를 사지 못했고, 나중에 공식 온라인 스토어에서 노트와 다이어리를 구매했다. 이번에 추천하는 다이어리는 6년째 쓰고 있는 노트“미도리 노트”다. 원하는 양식을 모두 갖췄다. 노트로서 심플한 구성, 디자인, 종이의 질.

표지가 없는 노트의 얼굴은 폰트

‘여백에는 이유가 있다’라고 적혀있는 문구는, 미도리 노트의 핵심을 말한다. 직업이 직업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노트와 다이어리의 폰트는 유심히 보는 편이다. 표지나 페이지 디자인에서 기능보다 장식이 우선되거나, 폰트 모양의 주장이 강해서 읽기 어렵다던가, 올드 패션드의 디자인은 지양한다. 미도리 노트는 표지가 없다. (사진 속 미도리 노트의 커버는 표지가 아니다) 미도리 노트에서는 캘린더 숫자 폰트 외에는 텍스트가 없다.

사이즈와 구성

노트의 사이즈는 너무 작지 않아야 글씨를 적기가 편하다. 매번 미도리 노트 다이어리는 신서 사이즈(사진 속 가운데 사이즈)를 사는데, 적당한 사이즈라 손에 잘 잡히며 무거운 노트북과 함께 들고 다녀도 부담 없는 크기다. 대개 다이어리에는 다양한 구성이 존재해 연간 스케줄, 월간, 주간, 일간 등의 여러 스케줄 기입란이 중복되면 불필요하다고 느껴지는 데 비해서 미도리 다이어리의 구성은 단순하게 3단으로 되어있다.

  1. 월간 캘린더
  2. 8분할 줄 노트
  3. 무지 메모

불필요한 페이지가 없다. 글줄의 너비도 넓지도 좁지도 않아 완벽한 글줄 노트로 완벽하다.

©Midori
브랜드 사이트에서 A5형 예시 이미지를 가지고 왔다. ©Midori
브랜드 사이트에 가면 다양한 페이지 디자인을 다운받아 사용할 수 있다. ©Midori

쓰는 기분이 좋다

“쓰는 기분이 좋다”라는 슬로건을 가진 MD (미도리) 노트에서 종이의 질은 빠질 수 없는데, 얇기가 적당해서 의도적으로 두꺼운 펜으로 꾹꾹 눌러쓰지 않는 이상 크게 자국이 남지 않는다. 이전 몰스킨을 오래 썼던 나로서는 “비치지 않고, 자국이 남지 않는” 포인트는 인상적으로 좋았다. 볼펜도 여러 가지를 사용하고 있어서 자국이 남거나 너무 많이 비치면 다이어리를 쓰기 싫어지게 하기 때문이다.

미도리의 제품들은 모두 플랫하게 펼쳐지는 노출 제본 바인딩으로 되어있는데, 이 부분이 강점으로 쫙 펴서 쓰고 싶은 글을 맘껏 쓸 수 있다는 데에 있다. 꾸준한 애용자가 있다는 것은 이 브랜드를 추천할 만한 의미가 있다는 것. 추천해서 흡족하다.

©Midori
©Mid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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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한 색을 원한다면, Uni-ball One

유성이고 수성이고 고르지 않고 대부분 좋아하는 편인데, Uni-ball One을 고른 특별한 이유가 있다. 그건 프릭션의 단점을 보완해주는 짙은 검정색을 가졌기 때문이다. 프릭션의 0.38 검정색을 제일 자주 쓰는 편인데 검정색이 매우 연하다. 그래서 프릭션으로 글을 쓰다 보면 오래 바랜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이렇게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는데, 이 검정색의 농도를 진하게 안심시켜주는 것이 Uni-ball One이다. 

선명한 색과 클립형의 디자인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안심하고 추천한다. 클립형으로 되어있고, 정말 기교 부리지 않은 심플함으로 미팅 때 쓰기 간편하다.

최근에 여러 가지 한정 색상이 출시되어 이 글을 써나가면서 1색을 더 구매했는데, 코랄으로 완벽한 벚꽃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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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해도 괜찮은 펜, 프릭션

나는 새 노트에 펜으로 처음 실수하면 다시는 그 노트를 바라보지 않는 냉정한 타입으로 아마 평생 프릭션을 배신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이 프릭션 펜을 잡아서 필기할 때는 그 어떤 펜보다 안심이다. 지워지니까! 특히, 일본어 공부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쓰던 펜이라 한자같이 획이 많고 복잡한 글자를 적을 때 유용하다. 지우면 되니까!

직장에서 일하다가 파이롯트 관계자분들과 일할 계기가 있어 프릭션을 애용한다고 이야기했더니, 프릭션을 개발한 연구자가 “단풍의 색 변화를 펜에서도 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발상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프릭션은 펜 윗부분에 고무 지우개가 붙어있어서 고무 지우개를 글씨에 문질러 65C도 이상의 마찰이 생기면 글씨가 지워진다. 이것은 온도에 의해 색이 변하는 기술을 사용해 마찰을 주어 지울 수 있는 기술까지 발전했다고 한다. 오래전부터 펜글씨가 지워진다는 말에 우리는 얼마나 속았나. 프릭션이 나와서 다행이다. 가끔 일본의 페이퍼 워크에 지칠 때면 이래서 일본은 펜의 기능이 발달할 수밖에 없구나 하고 웃어본다. (목이 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는 법…)

골수팬이 있을 정도로 다양한 컬러부터 사인펜, 젤 잉크 펜, 형광펜, 3색~5색 볼펜 등 펜 굵기, 디자인 모델도 다양하기 때문에 써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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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 1년 넘게 쓰는 펜, BLEN

생각해보니 지난 1년간 직장에서 쓰는 펜이 딱 한 가지다. 펜에 빠지면 그것만 주야장천 쓰다가도 새로운 펜이 보이면 거기에 또 자연스럽게 눈길이 가는 ‘문구 덕후’로서, 한 가지펜을 이토록 오래 쓰고 있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직장에서 썼던 펜을 생각해보면 아쉬움이 각기 있었던 것 같다. 겉에 때가 타서 버린 펜도 있었고, 잘 나오다가도 꼭 잉크 절반 남았을 때부터 흐려지기 시작하며 안 나온 펜도 있었다. 바로 마르지 않아 손과 종이 곳곳에 잉크를 묻히던 펜도 있었고, 오래 쓰면 손이 쉽게 피곤해져서 잠시 놓아야 했던 펜도 있었다.

이 펜을 만난 건, 2019년의 교토 여행 때다. 해가 거의 다 져물어갈 무렵, 신박한 아이디어 상품을 많이 파는 것으로 유명한 ‘LOFT’라는 잡화점에 들렀다. ‘LOFT’는 일본을 여행오면 매해 들르는 잡화점으로 이곳에서는 최신의 디테일 상품을 만날 수 있다. 문제를 발견하고, 정의하고 해결한 그런 상품이 가득해서 오히려 배우고 나오는 잡화점이기도 하다.

이 곳의 문구 코너는 그 중에서도 ‘핵심 코너’라 할 수 있는데, 내가 갔던 무렵에는 특별한 매대가 준비되어 있었다. 바로 ‘2019 일본 문구 대상’ 시상식에서 수상한 문구 제품을 한 곳에 모아 놓은 것. 그 중에서도 단연 이 펜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고 집어든 순간 알아챘다. 

“이 펜은 꼭 사야겠다!”

깔끔하면서 군더더기 없는 그야말로 ‘예쁜’ 디자인은 완벽한 내 취향이었다. 게다가 옆에 꽂혀 있던 제품 소개 팜플렛에는 펜의 장점이 일목요연하게 적혀 있었는데, 펜에 담긴 디테일에 반할 수 밖에 없었고, 몇 자루를 구입해 집과 회사에서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지금도 하루 8시간, 일하는내내 이 펜과 함께하고 있다. 바로 ‘펜 명가’ 제브라에서 만든 BLEN(이하 블렌) 펜 이야기다.

오래 써도 피곤하지 않은 펜

블렌의 장점을 딱 하나만 꼽으라면 이것을 꼽겠다. 오래 사용해도 피곤이 덜하다는 것. 필기류를 쓸 때 피로감을 느껴본 분들은 알것이다. 오래 쓰면 손에 쥐가 날듯한 피로감 때문에 펜을 내려놓고 손을 줬다 폈다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피로감을 느끼는 것은 다름아닌 ‘진동’ 때문이다. 종이와 펜이 마찰하면서 펜의 중심 축은 흔들리게 되고, 그 흔들림이 손으로 전해져 누적이 되면 피로감을 느끼는 것이다.

블렌은 필기 시 진동과 흔들림을 최소화해서 오래 써도 피로감을 느끼지 않게 했다. 덤덤해보이는 이 펜에는 무려 3가기 기술이 들어가 있다. 

  • 첫째 무소음 설계. 각 부품의 빈틈을 없애서 펜 내부의 진동을 방지했다.
  • 둘째 저중심. 내부에 삽입된 금속 축이 중심을 낮춰 필기시 진동을 방지한다. 
  • 셋째 다이렉트 터치. 선단부의 심을 고정하여 펜촉의 진동을 방지한다.

게다가 이 펜을 만들 때 한 공과대학과의 협력으로 펜의 진동을 최소화하기 위한 설계 테스트를 수 없이 거쳤다고 한다. 아래 보이는 영상이 블렌을 소개하면서 진동을 테스트한 영상이다.

블렌 소개 및 진동 테스트 영상 ©ZEBRA
블렌 펜의 진동을 테스트하는 모습 ©ZEBRA
일반적인 펜 진동에 비해 낮은 블렌 펜 진동 ©ZEBRA

그래서 전에 사용하던 펜보다 피로감이 훨씬 덜했고, 그 덕분에 1년 넘게 이 펜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예쁘기까지한 디자인

블렌을 사용하면서 펜에 대해 묻는 동료가 처음으로 생겼다. 이전에는 그 어떤 펜을 써도 펜에 대해 묻는 사람이 없었는데, 블렌을 사용하면서 무슨 펜인지, 한 번 써 봐도 되겠는지, 얼마인지, 어디서 샀는지 등을 묻는 사람이 생겼다. 그리고 이들의 한결같은 대답은 이것이었다.

“펜이 참 예쁘네요.”

블렌은 디자인에서도 절대 뒤쳐지지 않는 펜이다. 블렌은 일본의 유명 디자인 회사인 nendo사에서 특별히 디자인한 펜이다. nendo사는 디자인 오피스 스튜디오로 유명한 곳인데 블렌 디자인을 이곳에서 맡게 된 것이다.

블렌의 디자인 특징은 ‘심리스’다. 펜을 보면 걸리는 것 없이 매끄러운 디자인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펜을 쓸 때도 손에 걸리는 부분이 없고, 그 덕분에 펜을 잡는 그립감 역시 훌륭하다. 어딜 가도 비싼 펜에 꿀리지(!) 않는 심플하고 깔끔한 디자인으로 직장에서의 펜으로 제격이라 할 수 있다.

블렌 펜 모습. 디자인 스튜디오 nendo가 특별히 디자인했다 ©nendo, ZEBRA

바로 선명하게, 처리는 깔끔하게

직장에서는 바로 받아적어야 할 때가 많다. 상사의 피드백, 동료의 의견, 파트너사의 니즈는 잊어버리기 전에 적어놓아야 한다. 블렌은 펜촉을 꺼내 적기 시작하자마자 선명하게 적을 수 있다. 바로 적고 싶을 때, 바로 적을 수 있는 펜이 바로 블렌이다.

사실 펜의 기본이라 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 이 ‘기본’에 취약한 펜을 너무 많이 만났다. 선명하게 바로 나오지 않아, 안 쓰는 종이 위에 끄적여본 다음에야 쓸 수 있는 펜이 지금까지 많았다. 하지만 블렌은 상사와 동료의 코멘트를 즉시 적어야 할 때 또는 생각난 아이디어를 바로 적고 싶을 때 바로 가능한 펜이다. ‘펜이 왜 이렇게 안나와!’ 생각 하는 사이에 첫 몇 마디를 놓칠 일이, 블렌을 쓸 때는 없다.

블렌은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 펜을 쓰고 나면 생기는 일명 ‘펜 똥’을 블렌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또한 쓰자마자 바로 마르기 때문에 글자가 번지거나 맞은편 종이에 잉크가 묻는 일 또한 없다. 그야말로 ‘기본’에 충실한 펜이라 할 수 있고, 어쩌면 이 기본을 위해 많은 기술이 들어가 있으리라 짐작만 해볼 뿐이다.

합리적인 가격

이런 기술과 디자인에도 불구하고 블렌은 한 펜에 2,000원도 하지 않는다. 이 펜이 맘에 들어, 좋아하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이 펜을 자랑하고는 하는데, 그 때마다 듣는 피드백은 ‘가성비 갑’이라는 얘기였다. 고급스러운 디자인에 기술력까지 가미되어 있지만 2,000원 밖에 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모두가 놀란다.

게다가 리필심도 잘 갖춰져 있다. 덕분에 저렴한 가격으로 오랫동안 펜을 사용할 수 있다. 더불어 플라스틱 사용을 줄일 수 있고, 펜이 아까워 쓰지 못하는 안타까움도 블렌에는 없다. 블렌은 결국 ‘지속 가능성’을 갖추고 있는 펜인 셈이기도 한 것이다.

마치며

오래 써도 피곤하지 않은 펜, 못생겼다는 소리를 듣지 않는 펜, 바로 쓰고 바로 마르는 펜, 게다가 저렴한 가격으로 오랫동안 쓸 수 있는 펜을 찾는다면 블렌이라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도 함께 말할 수 있다. 정말 괜찮은 펜이 나오지 않는 이상, 블렌과 직장에서 함께 하는 시간은 더 많아질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두고 두고 봐도 참 괜찮은 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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